[한국농수산TV 김창옥 기자] 2021년 7월 26일, 코로나19와 불볕더위로 인해 지친 국민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갯벌이 세계자연유산목록에 등재된 것이다. 등재된 영어 표현을 보면 ‘Getbol, Korean Tidal Flats’다. 갯벌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닌데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인정한 것인 만큼 그때의 감정이 아직도 선명하다.
유네스코 공식 홈페이지에는 한국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유를 영어, 불어, 중국어 등 5개 나라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한국의 서해안과 남해안에 있는 고창, 서천, 신안, 보성·순천 갯벌은 지질학적, 해양학적, 기후학적으로 보존해야 할 가치가 크다. 이곳에는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22종을 포함해 2,150종의 동식물 군 등 높은 생물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118종의 철새도 서식한다. 한국의 갯벌은 지구 생물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멸종 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라며 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고창갯벌은 개방형 갯벌로서 모래, 혼합, 펄의 갯벌 퇴적 스펙트럼을 육안으로 관찰 할수 있고, 폭풍에 의해 형성되는 ‘움직이는 모래섬’인 쉐니어가 국내 최대규모로 나타나는 등의 지형지질학적인 강점을 인정받았다. 또한 동아시아와 대양주 철새이동로의 중요 기착지 임과 동시에 황해 고유종으로 전 세계 1종 1속만 존재하는 범게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서의 생물생태학적인 특징도 장점으로 꼽힌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후 정부는 갯벌의 지속가능하고 체계적 보존관리를 위해 유산 등재 지역인 충남, 전북, 전남을 대상으로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 건립을 위한 공모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사항에 따른 것으로 자연유산에 대한 통합적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이다.
이에 고창군 갯벌축제추진위원회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갯벌 세계자연유산보전본부 고창 유치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이런 활발한 움직임과 달리 공모 절차를 추진하고 있는 해양수산부는 요지부동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11일 광역 및 기초 지자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 건립 공모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를 통해 대상 지역과 부지제공 그리고 지원자금 등의 신청 자격에 대한 설명과 건립계획, 입지 타당성 등의 심사기준 그리고 금후 계획 등의 공모 주요 내용을 밝혔다.
당초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2일부터 8월 26일까지 공모 접수 후 서류심사와 2차 현장 평가를 통해 10월 초 최종 적합지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공모와 관련된 절차는 단 한발도 나아가지 않고 있어 답답할 노릇이다.
공모 절차가 추진되지 않은 배경이 무엇인지 필자도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세계자연유산에 올라간 한국의 갯벌 약 90%가 전남이 차지하기 때문에 공모 자체가 부당하고 보전본부의 설치는 전남이 당연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공모 절차가 지연된 사유가 이들의 주장과 정치적 입김이 결부된 퇴행적인 모습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국책사업 공모제는 중앙정부가 국책사업을 일방적으로 지정하지 않고 자치단체간 경쟁을 유도해 보다 나은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다.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등 선호하는 사업은 자치단체들이 서로 유치하기 위해 힘쓰기 때문에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번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 공모사업도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지 않고 평가 기준을 원칙 삼아 추진된다면, 우리 고창 갯벌은 서해안을 따라 잘 발달한 '한국 갯벌'의 최중심지로 이미 확보된 대규모 부지에 세계자연유산 갯벌의 보전·관리 컨트롤타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자도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김만기 전라북도의회 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