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농대제, 토종씨앗과 농민·농업 가치 존중하는 소중한 행사로 전국적 주목 받아야”
고창군 성내면의 한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초록의 어린 새싹들이 싱그럽게 자라고 있었다. 잘 자란 육묘들은 2주 뒤 ‘고창 시농대제’에서 분양되고, 황토와 해풍을 맞으며 고창 땅에서 자라나 백년·천년가는 ‘한반도 먹을거리 창고 고창’을 책임지게 된다.
손에서 씨앗을 놓지 못하는 김남수 고창군 토종씨앗연구회 사무국장은 “우리가 시장에서 구입해 먹는 농산물의 상당수는 종자회사에서 상품으로 나오는 씨앗으로 키운 것들이다”며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첫해에는 좋은 품질을 보여주지만 다음해에는 그렇지 못하고, 스스로 자신의 형질을 파괴해 일부는 열매도 맺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고창에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내면 여성농민회가 중심이 돼 토종씨앗 수집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후 지난해 10월 지역농업인들이 모여 ‘토종씨앗 연구회’를 만들고, 14개 읍·면 전체의 토종씨앗 수집하고 시험포에서 길러내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토종씨앗연구회 냉장고에는 쪽파, 상추, 참깨, 들깨, 생강, 땅콩, 검정콩, 흰콩, 푸른콩, 동부콩 등 수없이 많은 씨앗들이 정성스럽게 포장돼 있다.
김 사무국장은 “아흔 넘은 할머니가 소중히 간직해 온 시금치 씨앗을 꺼내 줄 때는 가슴이 뭉클했다”며 “토종씨앗은 이 땅의 역사와 함께 생태계를 지켜왔다. 지금까지 하찮게 여겨 왔지만 한 지역의 고유 유산으로,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와 연결돼 있다”며 생태·문화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김 사무국장은 오는 19일 열리는 ‘시농대제’에 대해 “‘농업과 농민, 씨앗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의미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전국적으로 주목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19일 오후 1시 고창군 죽림리 고인돌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시농대제는 토종씨앗의 소중함을 알리는 ‘시농의식’, 농민대표 100명으로 구성된 ‘농부권리장전’ 등을 통해 “위기에 처한 농생명 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주제를 담는다. 순수하게 ‘한반도 농업가치 존중’을 테마로 한 전국 최초의 지자체 주관 행사다.
이밖에 행사장에선 ‘씨앗나눔 마당’이 열려 고창군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작물의 씨앗(옥수수등 20품목)을 무료로 나눠주고, 모종 4만주를 원가로 살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김 사무국장은 “옛 속담에 ‘보릿고개에도 씨앗은 베고 잔다’라는 말이 있다”며 “고창 시농대제를 통해 우리 조상들이 밥을 굶어도 지키려고 했던 종자의 중요성을 알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